괜찮은 척, 참 많이도 했죠
병동에서는 늘 누군가를 돌봐야 하니까.
환자 앞에서, 보호자 앞에서, 동료 앞에서
우리는 지친 티를 내지 않는 법부터 배웁니다.
설명하는 것조차 또 하나의 일처럼 느껴져서,
그냥 "괜찮아요" 하고 웃어 보이죠.
그렇게 하루를 해내고 혼자 남은 방에서 밀려오는 묘한 쓸쓸함.
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 같은 그 기분을,
아마 당신은 알 거예요.
그런데 그 무기력은, 사실은
무기력이 찾아왔다는 건 당신이 삶을 놓아버렸다는 뜻이 아니에요.
오히려 그 반대예요.
정말로 아무 기대가 없는 사람은 아파하지도, 답답해하지도 않습니다.
잘 해내고 싶고, 제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현실과 부딪칠 때
그 간극이 클 때 무기력이 찾아오는 거예요.
당신이 지금 버겁다면,
그건 에너지가 사라져서가 아니라
"더 나답게, 더 잘 살고 싶다"는 마음이 현실이라는
벽에 부딪혀 몸부림치고 있다는 증거예요.
당신은 단 한 번도 당신의 삶을 방치한 적이 없습니다.
오늘 밤만큼은, 자책을 멈춰주세요
"이것밖에 안 되나." 그 말, 오늘은 하지 말아요.
당신은 잘못 살아온 것도, 부족한 것도 아니에요.
아주 오랫동안 온 힘을 다해,
성실하게 마음의 에너지를 써온 사람일 뿐입니다.
하루 종일 누군가를 돌보느라,
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은 자꾸 뒤로 미뤄왔을 뿐이에요.
그래서 조용히 묻고 싶어요
이렇게 치열하게 버텨온 당신 안의 소중한 마음에게,
오늘 밤 아주 작은 따뜻함 하나를 내어줄 수 있을까요.
따뜻한 물 한 잔, 좋아하는 노래 한 곡, 아무 생각 없이 보낼 10분
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.
지금까지 살아낸 것만으로,
당신은 이미 당신의 강함을 충분히 증명했으니까요.
오래 외롭게,
그리고 치열하게 버텨온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.
마무리
혹시 그 무거움이 너무 오래 머문다면, 혼자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요.
가까운 사람에게 한마디 털어놓는 것도,
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용기예요.
(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-0199 · 자살예방 상담 109)
하루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며, Haruduty 드림.

